[정은상 창직칼럼] 갑으로 살자

지난 2주 동안 제주올레 걷기 이벤트를 하고 왔다. 9일간 140km를 걸었다. 제주에 열 이틀을 머물며 제주의 민낯을 일부 봤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갑으로 사는 사람이 더러 눈에 띄였다. 갑질은 나쁜 것이지만 당당하게 갑으로 사는 것은 본받아야 할 것 같다. 첫째날 제주올레 첫 코스에서 만난 <바다는 안보여요>라는 카페 대문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매주 수요일과 쉬고 싶을 때는 쉽니다. 슬로시티 제주에서나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서울에서 이랬다면 아마 설왕설래 말이 많았으리라. 약간 우습기도 했지만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마이 웨이로 살아보겠다는 뜻일게다.

갑으로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당당함이 몸에 배야 한다. 소유의 넉넉함이 결코 갑의 정신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삶도 중요하지만 먼저 나의 삶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철저한 프로정신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겸손하게 인간 존중의 기본이 깔려 있어야 한다.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제주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세상만사 아당 거린다고 되지 않을 일이 되고 될 일이 어그러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위미항면카페에서 만난 임훈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준비한 분량의 육수와 면이 팔리면 오후 3시라도 일찌감치 영업이 종료되었다고 선언하고 문을 닫는다.

지금까지 미생으로 일모작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온 베이비부머들은 갑으로 살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갑 노릇이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을로 살지는 말자. 세상이 뭐라든 누가 뭐라든 나의 길은 내가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갑으로 살 수 있다. 고객과 상사의 눈치 보지 말고 시작이 반이며 나머지 반은 의심을 떨쳐 버리는 일에 전념하면 당연히 갑으로 살 수 있다. 이번 제주올레 걷기 이벤트도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서울에서 <마법의코칭> 책 출판 콘서트를 하고 더 많은 분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제주에서 했던 이벤트이다. 나만의 제주올레 여행이었던 셈이다.

을은 언제나 갑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눈치를 보다 보면 어느새 몸에 배어 떨쳐버리기 어렵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바로 나의 삶에 적용해 보기를 권한다. 가진 것이 없고, 배운 것이 부족하고, 지위가 높지 못하다고 위축될 필요가 없다. 그저 존재 이유만으로도 감사하고, 그 감사가 이어지면서 행복해진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내 생애에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기회를 놓쳐 버리지 말고 지금 을에서 갑으로 포지션을 바꾸자. 갑으로 사는 세상은 분명히 을이 보는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를지니. 갑질은 하지 말되 갑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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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상(STEVE JUNG)

– 맥아더스쿨 교장
– 창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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