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칼럼] 偉人들의 묘비

1977년도였던가? 삼성그룹의 제일기획 간부 워크숍을 산정호수에서 2박3일로 실시했다. 둘 째날 새벽 호수 가를 바라보며 종이 한 장과 연필을 주고 오늘 내가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고 내 묘에 쓸 ‘묘비명’을 작성해 제출하라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필자를 돌아보는 진지한시간이였다. ‘묘비명’이란 죽은 사람에게 영광이 되도록 무덤의 비석에 새겨진 문장을 의미한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떠난 위대한 인물들은 그들만의 유언과 묘비명을 새겨 놓았다.생전에 본인이 갖고 있는 생각, 철학을 그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비문 몇 가지를 알아봄으로서 새삼 그들이 주는 생전, 사후의 메시지를 통해 오늘의 우리의 삶을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인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이 삶의 이유와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이 남긴 마지막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터득할 것인가? 역사 속 위인의 유언과 묘비명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위인들은 삶 자체가 고단했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많은 우리의 민족정서가 묘비명에도 그대로 반영된 반면 외국의 위인들의 묘비명은 예전부터 냉소적이고 재치 있는 형식을 갖추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는 묘비에 “우물쭈물 살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글귀를 새겼다. 스티브 잡스의 묘비에 ‘Fatal Error Occurred'(치명적 오류 발생)이 새겨있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인간의 비극적 모습을 간결하게 표현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오(Pardon me for not getting up)”라는 묘비명을 남겼다.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에서 신랄한 풍자를 담아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이탈리아 극작가 존 게이는 “인생은 농담이야. 모든 것이 그것을 말해주네.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죽어서야 알겠구나.” 라는 그의 풍자가 새겨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출판업자 벤 프랭클린의 시신이 여기 벌레의 먹이로 누워 있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늘 새롭고 더 우아한 판으로 개정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글이 새겨있다.

‘프랭크시나트라’(가수)최상의 것은 앞으로 올 것이다 ‘칼 마르크스’(작가)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스탕달’(소설가)살았다, 썼다, 사랑했다‘‘조지 고든 바이런’(시인)그러나 나는 살았고, 헛되이 살지 않았다. 노스트라다무스(철학자)후세 사람들이여, 그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시오. 토머스 에디슨(발명가)상상력, 큰 희망, 굳은 의지는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앤드루 카네기(기업인)자기보다 훌륭한 사람들을 곁에 모으는 기술을 가졌던 사람이 여기 잠들다. ‘프란츠 피터 슈베르트’(음악가)음악은 이곳에 소중한 보물을 묻었다’

우리의 독립운동가 ‘조봉암’의 묘비에는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하나”. ‘큰 별’ 김수환 추기경의 묘비에는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라는 묘비명과 생전의 사목이었던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서양화가 ‘박수근’은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 시인 ‘조병화‘는 “나는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라고 남겼다. ‘최영’(무관)위엄을 떨쳐 나라를 구할 때 백발이 성성 했구나.허목(학자)말은 행실을 덮어주지 못하였고, 행동은 말을 실천하지 못했도다. ‘최북’(화가)아아, 몸은 얼어 죽었어도 이름은 오랫동안사라지지 않으리로다. ‘방정환’(아동문학가) 동심여선(童心如仙) – 아이 마음은 신선과 같다.

이와 같이 묘비명은 생전의 그를 나타내는 함축된 글이다. 단 몇 자로 그분의 일생을 나타내는 단어들로서 그분의 소명과 사명이 떠오르는 함축된 추모의 글이다. 주로 묘비명에는 인생, 사랑, 행복, 자유, 정의, 예술, 명예, 성공. 수신, 희망 등 그 사람의 삶과 추구했던 가치관들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우리보다 먼저 고민했던 사람들이 남긴 다양한 묘비명은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지혜를 전해준다. 이 시간 조용히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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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삼성그룹)제일기획.기획본부장,(현대그룹)금강기획.총괄본부장(쌍용계열)나라기획대표이사사장.한국광고광고업협회부회장.
  • 독립광고회사연합회회장.상공회의소마케팅연구회회장
  • 경희대외 겸임.초빙교수.
  • 현;서울복지신문회장, 아시아타임즈명예회장
  • 정부로부터국민포장 서울시의회의장봉사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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