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리뷰] 샘표의 재발견

천천히 성장중인 샘표식품.

샘표식품은 샘표로부터 2016년 인적분할되어 8월 재상장된 기업으로 간장시장의 1등 기업이다.

지난주 세바시에 갔다가 샘표의 발효 연구원으로부터 발효연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요리에센스라는 ‘연두’ 2병씩을 선물로 받아들고 왔다. 바로 연두가 샘표를 재 발견하게 된 계기였다.

우선 샘표는 시가총액 약 2,000억원 내외, 매출 2,000억원대의 기업이다.

매출구성은 간장 등 장류 54.8%, 장류외 45.2%이다.

제품은 전통 장류부터 요리에센스 연두/건강발효흑초 백년동안 등 발효제품, 소금/식초/물엿 등의 조미식품과 국수/차/통조림 등 가공식품과 프리미엄 서구식 식품 폰타나, 웰빙 스낵 질러 등 다양한 음식료를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제품의 포장재를 보면 ‘Jang Sauce’라는 표기가 보이는데, 이는 샘표의 수출품이다. 현재는 해외 각국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장소스가 판매되고 있지만, 향후 수출에 힘을 싣고 있다.

샘표식품의 사업계획상 글로벌 매출을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과 판매를 벌일 예정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분쟁으로 미국의 대중 수출품의 2/3를 차지하는 대두에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뉴스에 원자재를 미국대두로 수급하고 있는 샘표의 영업이익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재무제표는 어떨까?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좀더 과감한 규모의 성장과 수익성 실현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부채총액이 약 400억원대, 부채비율이 100%미만으로 괄목할 만한 현금 창출력을 보유한 기업은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정적인 살림을 하고 있는 회사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샘표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기업으로서 안착하기 위해 사업성 신장속도를 내는 것보다 기초 체력기르기에 주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

샘표식품을 찾아보니 실제 샘표는 매출의 약 3~5%를 연구에 투자하며 전체 임직원의 약 20%가 연구원인 R&D기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쟁 식품업계는 매출액의 약 1%정도를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약 3배 이상을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매출의 50~60%를 차지하는 간장제품은 간장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미 소비자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쉽게 바뀌지 않는 안정적 시장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한 제품이 스테디셀러가 되어주니 여기에서 창출되는 일정한 매출과 이익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가능하게 해 줬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대표의 철학이라고 생각된다.

발효연구에 대한 비전과 이를 중시하는 대표의 철학이 없었다면 ‘발효’라는 분야에 이렇게까지 꾸준히 투자하기 힘들 것이다. 70여 년간 유지되온 장수기업은 창업주의 철학을 이어받아, 현재 샘표식품을 이끌고 있는 박진선 대표는 해외파로 철학교수 출신이다. 실용학문인 공학에서 철학으로 학문의 중심을 이동시킬 때에 이에 대한 고민도 상당히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철학이라는 학문에 열정을 갖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에너지는 뚝심을 가지고 R&D에 투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샘표는 그렇게 R&D를 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것일까? 언뜻 드는 생각은 R&D의 비율이 전통 매출액의 10~20%에 이르는 제약회사를 제외하고 식품회사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만 투자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샘표의 박진선 대표는 발효연구를 통해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고, 전통 장의 세계화를 꾀하고(한식의 세계화), 신소재를 개발하여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당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요리에센스 연두를 중심으로 매출의 10%정도는 수출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Good to Great’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성장하는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뒷받침이 되었던 주요한 요소들에 대해 분석했다.

그중 우리의 통념과 가장 반대되었던 사실 중 하나는 CEO가 IR, 홍보, 대외 인터뷰, 방송출연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외부활동 보다는 서비스, 오페레이션, 고객의 선택에 의한 매출향상 등 경영의 본래 활동에 매진하는 조용한, 가끔은 은둔형이라고 불릴정도의 CEO가 비율적으로 많았다는 것.

생각해 보면 샘표는 식품보다는 요리의 베이스인 장을 만드는 회사였다. 맛있는 제품이 맛있는 장보다는 더 주목받게 마련이라는 점에서 안보이는 곳에서 숨어있는 시간동안 ‘발효’라는 본질적인 것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개발을 해 왔다는 대단함이 샘표의 재발견이었다.

샘표의 매출은 크지 않다. 영업이익도 5%정도로 높은 수준은 아니다. 수출에서 아직 괄목한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간장을 만드는 회사가 4차 산업혁명 제품의 개발기업보다 얼마나 성장하겠느냐고 한다.

그러나 나는 본질에 집중하는 드문 샘표의 철학과 행보에 앞으로 오랜기간동안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