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전 체험기

5월 27일은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의 날이다. 문화의 날을 맞아 하루 업무가 끝나고 마크 로스코를 만나기 위해 예술의 전당 한가람 갤러리로 향했다.

컬러와 면만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화가의 그림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하는 인간으로서의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문화 투어였다.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므로, 국내에서 이런 대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도 흔치 않을 것 같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니 저녁 7시, 폐장까지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으므로, 밥도 거른채 서둘러 전시실에 들어 갔다.

“단순함”

본질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끌어내어 표현하는 과학적인 기법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것이 스티브 잡스와 마크로스코를 링크시켜 인식하는 이유다. 스티브잡스가 그의 말년에 마크로스코에 푹 빠져 있었고, 그의 영감을 받아 아이폰이라는 명작을 탄생시켰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오늘은 마크 로스코가 주인공이니, 우리가 모르면 간첩이라고 생각되는 인물, 잡스 오빠로부터 마크로스코 탐험을 시작해보자.

“자살”

마크로스코의 그림을 만나기 전 그에 대한 단편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내가 가장 먼저 접한 것은 그의 자살장면이었다. 그는 66세의 나이로 자살한다. 그의 자살에 대해 본 전시에서는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필자편집).

자신의 예술활동의 실체, 즉 그림의 의의에 대해 그 어떤 예술가보다도 깊은 정신적 책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의 본질적인 모습은 죽음을 인식함으로서 드러난다. 죽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들간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누구보다도 죽음을 본질로서 인식한 그가 사람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들과 대화하는 그림을 그리려고 했을 때 이에 대한 고민과 번민 고독이 얼마나 컸던 것일까? 늘 죽음을 인식하던 그가 자신의 죽음=자신삶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이윽고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가장 강한 생명력을 표현해 보였고(RED 작품), 그 후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면도칼로 자신의 동맥을 잘라 자살해 버리고 만다.

 

 

“영혼”

마크 로스코의 황금기 작품들 앞에 서서 하는 체험은 매우 특별하다. 각 그림은 다른 색깔의 조합을 사용하고 있는 데 각 색마다 전달하는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에, 나의 감정상태에 따라 그림에 대한 호불호, 혹은 끌림의 강도가 다름을 느 낄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 볼 때와 실제로 그의 그림과 마주쳤을 때 느끼는 감정/감동은 동영상 속의 유럽과 실제 체험하는 유럽의 차이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그의 그림은 체험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551f7f391a56b

 

환희를 많이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름다운 채색에 눈이 갈 수도 있겠지만, 전시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둡고 묵직한 색들의 조합앞에서 감상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필자 개인에게는 현재의 고독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은 그림에 자석처럼 끌리고 말았다. 그 그림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다보니 나의 모습, 감정상태를 그림이 비추고 있는 것 같았고, 어느정도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자, 희망적인 그림이 보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고르는 데에도 가볍지 않아 보이는 색깔의 조합의 그림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로스코가 의도한 관객의 반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소통하는 파워를 가진 그림을 그린 거장이라는 명성에 고개가 끄덕여 졌다.

20150311000990_0

사실 이날 사람이 많고 배도 고팠고 짐도 무거워서 100% 여유로운 마음으로 감상하기는 힘들었다. 액티브 시니어 분들은 저녁을 거뜬하게 드시고, 짐도 밖에 맡기거나 최소화해서 가져오시고, 사람들이 많이 없을 시간을 택하여 유유히 감상하시기를 추천한다.

“채플”

이러한 마크로스코 작품의 유니크한 파워를 채플에 적용하여, 영혼의 랜드마크가 된 곳이 마크 로스코 채플이다. 이 장소는 붐비면 안된다. 적당한 거리에서 어두운 작품과 오랫동안 마주할 만한 시간과 공간적 여유가 필수적이다. 본 전시에서는 쁘띠 체험정도를 허용하고 있었는데, 네셔널 지오그래픽이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로스코 채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로스코 채플-영혼의 안식처>편에서 볼 수 있다.

“명언”

전시회장 곳곳에 마크 로스코의 명언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림은 기적을 이뤄낼 수 있어야한다”

“나는 네 심장을 움직이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거야”

“젊었을때 예술은 외로운 것이었지. 갤러리도 컬랙터도 비평가도 돈도 없었지. 언제나 혼자였으니까. 그러나 그때가 최고의 시간들이었어. 우린 아무것도 잃을게 없었으니까. 우리에겐 멋진 미래만 있었을 뿐이었으니깐. ”

“먹는데 그런 돈을 내는 사람에게는 내 그림을 줄 수 없어”

(초호화 포시즌 레스토랑에서 마크 로스코에게 그림을 의뢰하자, 사치스럽고 겸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밥맛이 뚝 떨어지는 그림을 그려주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포시즌 레스토랑에 가서 오만한 사람들이 한끼 식사로 어마어마한 돈을 내는 것을 보자 그만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자신의 그림으로 그들을 깨우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니 적어도 기분을 상하게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의도가 통할 것 같지 않았던 모양이다. )

 

글을 쓰다 보니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많은 소스를 줘 김새게 한 친구 생각이 난다. 필자의 소소한 감상기가 순수한 감상을 방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마크 로스코전을 직접 체험할 기회는 2015년 6월 28일(일)까지다. 관심 있는 사람은 시기를 놓치지 말자. 성인 개인가격은 15000원인데, 65세 이상은 6000원이며,?문화의 날 6월 24일 (수요일)은 성인 누구나 7,500원(반값할인)을 받고 체험할 수 있다.

http://www.sac.or.kr/program/schedule/view.jsp?seq=22760&s_date=20150325

댓글 남기기